[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맛의 카멜레온 ‘참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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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 어슬렁 하이에나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순간! 중간 크기의 참치를 해체하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생참치였다. 주인장은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로 손질에 열중하고 있다.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는 대뜸 “조금이라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걸었더니 바로 No, 지인들과 함께 먹을 거라며 으스대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한참을 서서 구경하니 안쓰러웠던지 숟가락으로 참치 갈비 사이를 긁어 나에게 건네준다. 이게 웬 횡재인가! 얼른 받아 입으로 직행, 하얀 복사꽃이 핀 무릉도원을 만났다. 한 번 더를 외치며 간절한 빛을 보냈으나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괜히 입맛만 버렸다며 투덜거렸지만 집으로 오는 내내 그 향기에 취한 여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그날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단 한 숟가락의 생참치로 호사스러운 하루였다.
참치 종류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황새치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어종에 따라 가격과 풍미가 크게 다르다. 참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참다랑어를 최고의 어종으로 치며 특히 쓰가루 해협에서 잡히는 참치를 일명 ‘혼마구로’라 하여 최고 가격에 거래된다. 일본 사람들의 참치 사랑은 대단하고 유별나며 가끔 ‘생참치 해체쇼’를 하여 단골손님에게 대접하는 식당이 있다. 국내에도 제주도 양식이나 동해에서 잡아 올린 참다랑어가 회칼 끝에서 삭~삭 소리를 내며 붉은 살결을 드러낼 때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반 식당에서는 원양에서 잡아 급속 냉동시킨 참치를 사용하며 냉동 참치는 해동 시간, 방법에 따라 부위별 식감이 크게 달라지며 녹이는 노하우가 음식 맛을 좌우한다.
일본이 전 세계 참치 시장을 주도한다. 그래서 일본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부위별 맛도 제각각인 것이 참치이다. ‘아카미(속살)’은 등 부위의 붉은 살로 지방이 없고 담백하며 깔끔한 맛이 특징이고, ‘주도로(중뱃살)’은 배와 등 사이의 중간 부위로 지방과 살코기가 적당하여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으로 호불호가 적으며, ‘오도로(대뱃살)’은 배의 가장 기름진 부위로 마블링이 풍부해 입안에서의 진한 풍미와 고소함으로 참치 러버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특수부위로는 ‘가마살’의 쫄깃한 식감, 지방과 근육이 섞여 소고기 육회를 만난 듯한 느낌의 ‘볼살’, 눈 주위 젤리 같은 말캉한 눈살은 애주가들의 인기가 높다. 특히 볼살은 별난 식감과 풍미로 식도락들의 인기 만점 부위이며, 뱃살은 기름이 촘촘히 박혀 있어 고소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아 씹는 틈을 주지 않아, 몇 점 맛에 푹 빠져드는 참치 로얄제리이다. 부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바다의 귀족이다.
순수한 맛과 향을 음미하기 위하여는 소금을 약간 묻혀 먹으면 오로지 참치만의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좋은 천일염일수록 배가 된다.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취향에 따라 김, 고추냉이, 간장, 백김치와 함께 하여도 좋다. 한 가지 재료에서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마치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지닌 음식이 바로 참치다.
얼마 전 뉴스에 동해 먼바다 어망에 수백 마리의 참다랑어가 잡혔다는 뉴스가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이면서 영덕으로 뛰쳐 가고픈 생각만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른 대형마트에서 생참치를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동해에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참다랑어이다. 원픽 하고 집으로 룰루랄라~ 소금부터 찾아 콕 찍어 한 입, 옛 수산시장에서의 숟가락 생참치 갈빗살이 돌아왔다. 혀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식감과 녹아 없어지기라도 하듯 씹는 순간 사르르 녹는 고소함, 어찌 이렇게 담백한 풍미가 있을까!
“아~ 이것이 생참치 맛이구나” 외국에서 느낄 수 있는 호사스러움이 지금 내 식탁 위에 있다. 이가 시리다는 느낌의 냉동 참치는 비할 것이 못 된다. 생참치는 우선 색이 진하다. 탄력이 있고 살짝 쫀득한 느낌이 드는 부드러운 식감이 황홀하다. 냉동 참치는 부위별 녹는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수분이 서서히 빠지면서 회가 축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생참치는 시간이 흘러도 물이 생기지 않고 처음 탄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요즘 프랜차이즈 참치집이 많다. 싸고 맛있는 부위를 맛볼 수 있도록 전문화된 식당들이다. 이곳에서의 참치머리 세트는 특별하다. 미리 예약 주문하여 적당한 시간으로 해동 후 손님 앞에서의 해체 쇼는 미각을 돋우기 위한 시각적 세리머니로 예술적 감성이 솟는다. 다양한 특수 부위를 제공하며 몇 점 안되는 쫄깃한 부위, 눈 주위살과 수정체, 아가미살 등을 맛볼 수 있다. 다만 혼자서는 어렵고 3~4인이 의기 투합해야 가능한 메뉴이다.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멋스러운 식탁이며 수정체의 야릇한 느낌은 애주가들의 필수 코스~, 오래전 동료들과 맛의 유희를 즐긴 참치머리 요리이다.
‘이춘복 참치’
송파구 잠실에 ‘이춘복 참치’가 있다. 주인장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참치 명가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식품안심업소이다. 해동의 기술이 남다르고 가성비 구성도 좋아 각종 모임에 인기가 있으며 옆 테이블 간격도 넓어 쾌적한 공간을 자랑한다. 중요한 건 참치 퀄리티인데 부위별 가격의 차이는 있으나 혼마구로의 대뱃살 마블링이 촘촘하여 살살 녹는 게 정말 맛있다. 느낌에 따라 김과 고추냉이, 기름장 콕~ 궁합이 좋다. 대형 참치 전문점답게 각종 부위를 만날 수 있으며 참치종합세트 같은 분위기이다.
4명이 큰 머리 놓고 낄낄대며 흥겹게 먹던 시간들, 바다의 왕자답게 크면 클수록 풍미가 더한다는 참다랑어. 생물이든 냉동이든 한 번도 미식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오도로’ 한 점, 내 입속에 쏙~~ 이제야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글·사진 이코노미퀸 손영한(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 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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