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한의 푸드비즈 트렌드] 맛집에 ‘재미’를 더하는 시대, 글로벌 외식업은 어떻게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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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4025cc18013a6771d114fc14d184ea56.jpg 르 쁘띠 셰프 홈페이지

 

여의도 빌딩 숲 사이, 가끔 이곳에서 식사 약속이 있으면 2차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맥줏집이 있다. 여의도역 근처에 있는 곳인데 벽면 가득 40여 종류 수제 맥주가 연결된 셀프 탭 하우스다. 이곳에서는 직원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팔찌를 태그하고, 각 맥주의 풍미와 원산지 설명을 읽으며 원하는 만큼 잔을 채운다. 그리고 마신 양만큼 그램(g) 단위로 계산해 결제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히 맥주 맛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선택한다’라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좋았다. 여러 종류를 조금씩 비교해 마셔보고, 내 취향을 찾고, 그 경험 자체를 즐기게 된다. 부담 없이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아서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행복감이 느껴지고, 단순한 술자리를 넘어 하나의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뜨는 외식 공간들의 공통점은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재미있는 경험까지 함께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객은 줄을 서서라도 이러한 경험을 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외식업은 이제 ‘참여형 콘텐츠’가 된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외식업계에서는 손님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경험형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조합하며 ‘나만의 경험’을 만들기를 원한다.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의 세븐 다이얼스 마켓 안에 있는 치즈 레스토랑 ‘픽앤치즈(Pick & Cheese)’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마치 회전초밥집에 온 것처럼 레일 위를 초밥 대신 다양한 치즈들이 돌아다니고, 손님들은 자신이 원하는 치즈를 골라 먹는다. 비스킷과 빵은 기본 제공되며 리필도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손님들에게 연필과 종이를 제공해 자신이 먹은 치즈의 맛과 느낌을 직접 기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치즈를 탐험하는 놀이’에 가까운 경험이다.

최근 뉴욕과 런던의 일부 칵테일 바에서는 MBTI나 감정 상태를 기반으로 칵테일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오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가, 아니면 차분한 밤을 보내고 싶은가?’ 같은 질문에 답하면 그에 맞는 향과 재료를 조합한 칵테일을 추천해준다. 이제 술조차 단순 음료가 아니라 감정 경험 상품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직접 토핑을 조합하거나, 테이블 위 태블릿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방장이 정해준 메뉴를 소비했다면 이제는 소비자 스스로가 경험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작은 공연

최근에는 음식 자체가 하나의 공연처럼 연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격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고급 소비층 사이에서는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미식 콘텐츠로 꼽힌다. 스페인의 몰입형 식사 브랜드인 ‘서블리모션(Sublimotion)’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힌다. 단 12명의 손님만을 위해 프로젝션 맵핑과 조명, 사운드를 결합한 오감형 미식 쇼를 선보인다. 단순히 주방장이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엔지니어, 안무가, 건축가, 시나리오 작가까지 협업해 하나의 무대 예술처럼 식사를 구성한다. 식탁과 벽면 전체에 영상이 투사되고, 음식의 콘셉트에 따라 공간 분위기까지 바뀐다. 고객은 식사하는 동시에 공연 속 주인공이 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다른 사례인 ‘르 쁘띠 셰프(Le Petit Chef)’는 여러 나라의 유명 호텔에서 소개되는 메뉴인데, 서울의 콘래드 호텔에서도 운영된다. 키가 겨우 6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셰프가 식탁 위를 돌아다니며 요리를 준비하는데, 실제로는 최첨단 3D 프로젝션 맵핑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 캐릭터다. 작은 요리사가 접시 위를 뛰어다니며 식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완성하면, 영상이 끝나는 순간 실제 음식이 눈앞에 서빙된다. 테이블과 접시, 수저까지 하나의 무대처럼 활용하는 연출 방식 덕분에 고객들은 단순히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테마 음악과 조명, 스토리텔링이 함께 결합하면서 높은 몰입감을 준다.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특별한 식사’로 SNS에서 꾸준히 화제를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 오히려 인간적인 경험이 강해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적인 경험의 가치도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된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Spyce)’는 AI와 자동화 주방 시스템으로 빠른 조리와 맞춤형 영양 서비스를 제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여전히 요리사의 설명, 공간의 분위기,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외식업에서는 ‘포레징 다이닝(Foraging Dining)’처럼 숲속에서 직접 식재료를 채집하고 모닥불로 요리하는 초아날로그 콘셉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 일부 레스토랑들은 건물도 전기도 최소화한 채 자연 속 경험 자체를 하나의 럭셔리 상품으로 판매한다. 디지털 시대가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을 찾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 도쿄에는 유명한 고서점 거리가 있는데, 이곳에 작은 식당 ‘미라이 식당(Mirai Shokudo)’ 역시 흥미로운 사례다. 좌석은 단 12개뿐이며 메뉴는 매일 달라진다. 하지만 이 식당이 주목받는 이유는 음식보다 운영 방식에 있다. 손님들은 설거지나 청소를 도와주는 대신 식권을 받을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은 식권은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할 수도 있다. 식당 주인이 초기에 식당 운영을 위해 무급으로라도 식당에서 일하는 기회를 찾던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다.

또 다른 흐름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외식업 진출이다. 루이뷔통, 아르마니, 디올 같은 브랜드들은 카페와 레스토랑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음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수백만 원대 명품 가방은 부담스럽더라도,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디저트 한 조각과 공간 경험은 비교적 접근 가능한 ‘작은 럭셔리’가 된다.

외식업은 ‘기억’을 디자인한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만 찾지 않고, 어떤 경험과 분위기, 그리고 기억을 더하는 요소를 찾는다. SNS 시대 이후 음식은 사진이 되고 영상이 되며, 공간은 하나의 배경이 된다. 소비자들은 “맛있는 음식”보다 “공유하고 싶은 경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AI 시대가 될수록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은 점점 더 효율적인 음식을 만들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연결이다.

결국 앞으로의 외식업 경쟁력은 단순히 메뉴의 맛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레스토랑을 나서는 고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이야기를 가져가게 할 것인가?’. 고객이 간직할 기억까지 함께 설계할 때, 외식업은 비로소 경험을 디자인하는 산업으로 완성될 것이다.

글 이코노미퀸 한태숙(한마콤 대표, 호텔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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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한(한태숙)은 한마콤 대표이며 세종대학교에서 호텔관광경영학박사. 
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부장,
2019 말레이시아 The Asia HRD에서 “Movers & Shakers” 수상,
아시아 경영대학원에서 MBA,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산업공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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