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 없습니다.
  • 글이 없습니다.
  • 글이 없습니다.
  • 글이 없습니다.
  • 글이 없습니다.
  • 글이 없습니다.

[여성 칼럼]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작성자 정보

컨텐츠 정보

본문

지난 4월 초 기획재정부 산하 사단법인인 국가경영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위더스 포럼 제8기 과정 입학식이 개최되었다. 위더스 포럼은 공공기관 여성 부장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위더스는 ‘우리 함께(With Us)’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위더스 포럼 대표로 3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올해 위더스 포럼에는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공기업, 민간기업 등 총 50개 기관에서 참가하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온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다들 처음 만났지만, 오래된 지인 같았다. 여성들이 지닌 친화력, 소통과 공감 능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굳이 남성, 여성 편을 가르고 장단점을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있다.

첫날 우리는 한비야 님을 초청하여 특강을 들었다. 그녀는 ‘바람의 딸’이라는 별칭을 가진 11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국제구호전문가이다. 지금도 외국어 공부도 하며 그동안 못해 본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그녀의 삶은 에너지와 열정으로 넘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지금 이 나이에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늦었다.’라는 말은 나약하고 무의미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강연의 제목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였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물음이었다. 강연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지금 나의 삶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는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의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반려견 ‘키움’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옆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위한 설렘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존재들을 향한 바람에 가깝다. 정작 나 자신을 위한 ‘가슴 뛰는 일’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하다.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달 한 편씩 써 내려가는 칼럼을 마무리하는 순간, 활자화된 글을 읽는 순간 그때만큼은 분명히 마음이 살아 움직인다. 글을 쓰는 과정은 때로는 귀찮고 쉽지 않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시간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들여다보며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정돈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쓰는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고 ‘쓸 수 있기에 쓴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그녀는 나와는 달리 가슴 뛰는 일이 확실하게 있었다. 바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을 돕는 일이었다. 수많은 긴급구호 현장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았고, 단돈 천 원만 있어도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밥만 먹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3초라는 짧은 순간 하나둘씩 죽어 나가고 있었다. ‘면역력 없이 태어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설사, 모기, 홍역, 기침(기관지염) 등이다.’라며 모두 단돈 1달러를 주고 살 수 있는 백신 등으로 고칠 수 있는 질환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을 꼽으라면 세계지도와 기록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어릴 적에 세계지도를 선물하였고, 세계지도와 지구본에 둘러싸여 살면서 세계 일주를 꿈꿨다. 신문사 기자였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세계를 무대로 뛰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했다. 어머니도 거들었다. 식탁보·침대보는 물론 벽지마저 지도가 들어간 것을 골랐다. 그녀는 지금도 세계지도가 그려진 물품을 애용한다고 했다. 강연 참석자들에게 보여준 가방 속 지갑, 안경집, 무릎담요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세계여행에서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여행을 기록하였고, 그 경험을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만약에 기록하지 않고 책을 내지 않았다면 그냥 개인의 추억여행에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은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환해주었고, 작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계속 새로운 영역을 자신의 힘으로 개척하며 살아온 그녀의 도전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가슴 뛰는 일을 해야만 힘이 있다. 모두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일은 나의 힘

지난주의 일이다. 동네 마트에 과일을 사러 갔는데 나를 반갑게 부르는 얼굴이 있었다. ‘누굴까? 이 동네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라고 반신반의하며 봤더니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이었다. 그녀를 마지막 본 것은 30년 전이다. 부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인 것 같았다. “어머나, 이 동네 웬일이에요?”라고 물었더니 지금 내가 사는 지역 지자체에 근무한다고 했다. 이 지역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데 공개모집에 지원하여 합격하여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일이 너무 재밌고 좋아요.” 30년을 일했으면 쉬고 싶고 지칠 뻔도 한데 그녀는 전혀 아니라고 했다. 그녀를 보니 ‘일은 나의 힘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회복지사 등 여러 가지 자격증도 따고, 박사학위도 취득하였으니 정말 억척스럽게 열심히 살고 있었다.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개척해 나가는 그녀의 열정과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구에게나 가슴 뛰는 일은 있다. 열렬하게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느리지만 오랫동안 가슴이 뛰는 사람도 있다. 가슴 뛰는 일은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긴 인생에서 가슴 뛰는 일을 찾은 사람, 그것을 실천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 진정한 성공이 자기 일을 사랑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너도 우리 모두 성공한 사람이다.

btf735b4b94869ac0ef28155f7529e0df1.jpg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96 / 8 페이지
RSS

방송

최근글


새댓글


  • 글이 없습니다.
알림 0